(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 "선망의 직장인 코트라를 그만두고 유엔봉사단원의 길을 선택한 것은 어릴 적 꿈이었기 때문이죠"

유엔자원봉사단 네팔사무소에서 근무하는 박정윤(36.여)씨는 23일 연합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유엔에서 일한다는 것은 전 세계를 위해 일한다는 뜻이기에 그 자체만으로도 무척 뿌듯하다"고 말했다.

서울대 서어서문학과를 졸업한 박씨는 독일 최대 전기전자회사인 지멘스 서울지사에서 2년간 근무한 뒤 2002년 코트라에 공채로 입사, 7년 남짓 일하다 2009년 10월 사표를 냈다.

서른을 훌쩍 넘긴 나이에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두고 새로운 일을 시작한다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고 한다.

박씨는 "오랫동안 유엔과 같은 국제기구에서 일하겠다는 꿈을 꿨다"며 "더 나이 들기 전에 꿈을 실현하고 싶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스페인 마드리드 주립대에서 비영리단체 및 재단 운영과 관련된 석사과정을 밟으면서 스페인 사회적기업연합회에서 6개월간 커뮤니케이션 담당자로 일하는 등 경력을 쌓았다.

그리고 유엔자원봉사단 인턴에 합격, 2010년 8월 말부터 반년 동안 독일 본의 유엔자원봉사단 본부에서 세계자원봉사의 해 10주년 기념 프로젝트팀 일원으로 행사기획을 담당했다.

박씨는 "직장생활 경험이 있다 보니 팀장이 믿어주고 중요한 업무도 맡겨줬다"며 "인턴을 하면서 국제기구의 조직과 업무에 대해 많이 배웠고, 선배들의 일하는 모습을 보고 유엔자원봉사단원이 되겠다는 결심을 굳혔다"고 말했다.

그는 서류심사와 면접을 거쳐 봉사단원으로 선발돼 작년 6월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에 파견됐다.

네팔에는 현재 30여명의 유엔봉사단원이 지역개발과 사회소외계층을 돕는 활동을 벌이고 있으며, 박씨는 봉사단 인력 수요 조사와 신입단원 현지 적응 지원 업무 등을 맡고 있다.

그는 "현장방문을 가면 아이들이 더러운 옷을 입고 맨발로 서성이거나, 자기 몸도 작은데 동생을 등에 업고 다닌다"며 "여성에 대한 차별도 워낙 심해서 양성평등운동 등 네팔에서 해야 할 일이 참 많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유엔자원봉사단원은 최대 8년간 활동할 수 있고, 한 나라에서는 6년까지 근무할 수 있다. 박씨는 네팔에서 2년 임기를 마치면 다른 개도국에서 좀 더 경력을 쌓을 계획이다.

박씨는 "국제기구에서 일하면 지속적인 자기개발이 필요하다. 정직원이라도 주기적으로 근무지를 이동하고, 계약직원이라면 항상 다음 업무를 찾고 인터뷰를 준비해야 한다"며 "그래도 전 세계를 무대로 일 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제기구에서 일하고 싶다면 무엇보다 영어실력을 키우고, 교환학생을 다녀오거나 국내외 자원봉사 프로그램에 참여해 보는 게 좋다"며 "유엔의 경우 개발도상국에서 경험을 중요시하기에 기회가 된다면 이런 나라로 여행을 다녀오는 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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