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사 헬레나 로페즈 유엔본부 사무국 인사국장
전화면접땐 큰 목소리로…음식 먹으며 인터뷰 절대 금물
커뮤니케이션에 큰 지장없을 정도의 영어 실력이면 충분
“유엔에 진출하려면 역량 중심 면접 준비 철저하게 하라.” 지난달 30일 외교통상부는 한국외대 미네르바 오라토리움에서 ‘2012년 국제기구 진출 설명회’를 개최했다.
유엔세계식량계획(WFP), 국제농업개발기금(IFAD), 유엔자원봉사단(UNV), 유엔아동기금(UNICEF)의 채용담당관 및 한국인 직원이 참석, 기구별 주요업무 및 채용경로, 2011년부터 새롭게 실시 중인 유엔사무국 직원 선발시험(YPP;Young Professionals Programme) 등을 소개했다.
특히 마사 헬레나 로페즈(Martha Helena Lopez·사진) 유엔본부 사무국 인사국장이 직접 나서 역량 중심(competency-based) 면접 준비방법에 대해 설명했다. 역량 중심 면접이란 지원자의 과거 행동과 경험이 미래의 역량을 파악하는 데 가장 유용한 방법이라는 점을 감안, 지원자의 역량, 기술, 지식 등을 과거의 경험과 히스토리를 통해 평가하는 방식이다.
로페즈 국장은 “일단 면접을 보게 된다는 의미는 지원자가 최종 5~8명의 후보에 들었다는 의미다. 따라서 면접 준비를 잘하고 최선을 다해 면접에 임하기 바란다. 면접 시간은 주로 45~60분 정도 진행하는데, 연습을 하면 결과도 달라진다. 이 시간이 여러분의 인생을 변화시킬 수 있을지 결정할 것이다”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역량 중심 면접을 효과적으로 준비할 수 있을까. 로페즈 국장은 “유엔에서는 일자리 공고를 낼 때 필요한 역량을 제시한다. 각 직무에 적합한 역량을 본인이 가지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예를 들어 기획 업무를 담당할 인재를 선발할 경우 필요한 역량은 조직력, 기획력, 팀워크, 창의성 등이라고 제시한다. 면접에서 후보자의 이력서 내용 중 기획 업무 관련 경험을 선택하고 질문을 던진다. 파티를 기획한 경험이 있다고 기술했다면 후보자의 역할, 결과, 배운 점 등을 묻는다.
이때 중요한 사항은 다른 사람이 한 일이 아니라 지원자가 했던 일을 기술해야 한다. 로페즈 국장은 “우리는 후보자가 어떻게 자신의 전공 지식과 경험을 유엔 환경에 적용할 수 있을지 알고 싶다. 따라서 지원자가 가지고 있는 가치, 스킬, 기획력, 조직력, 팀워크, 창의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고 설명했다.
유엔 기구에서는 지리적, 비용적 제약 탓에 대면 면접 외에도 전화 면접을 자주 실시한다고 한다. 전화 면접 시에 주의할 점은 무엇일까. 로페즈 국장은 “후보자의 목소리가 축 처져 있으면 좋지 않다. 인터뷰에 집중하고 있지 않다는 인상을 준다”면서 “비디오 콘퍼런스에서는 목소리가 낮아도 상관없지만 전화 면접을 할 때는 목소리가 중요하므로 제대로 앉아서 면접에 임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로페즈 국장은 후보자의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고 음식을 먹으면서 전화 면접에 임하면 안된다고 경고했다. 그는 “전화 면접에서 음식 섭취는 금기사항이다. 츄잉껌, 감자 칩, 크리스프, 초콜릿 모두 금지다. 여러분의 인생에서 45분만 집중하면 되니까 음식은 인터뷰 전후에 먹기 바란다”고 조언했다.
전화 면접 예상 질문을 미리 뽑아서 외우거나 원고를 읽으면 어떻게 될까. 로페즈 국장은 “준비한 원고를 읽으면 부자연스럽고 목소리가 달라진다. 면접관은 이 사실을 금방 알아차리고 추가적인 질문들을 던지기 시작할 것이다”고 말했다.
전화 면접 시에 주로 사용하는 언어는 영어다. 영어는 어느 정도 수준을 구사해야 하는 것일까.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대부분 한국인 지원자들에겐 부담스런 부분이다. 이에 대해 로페즈 국장은 “면접 대상자는 해당 분야에서 전문가들이지만 다양한 국적을 갖고 있기 때문에 완벽한 영어를 구사하리라고 기대하지 않는다”면서 “유엔에 가면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과 일하게 된다. 따라서 면접관의 질문을 이해하고 원활하게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지를 주로 평가한다”라고 설명했다.
한국인이기 때문에 저지르기 쉬운 실수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로페즈 국장은 “면접에서는 ‘We(우리)’라는 단어 사용을 피하기 바란다. 팀을 고용하는 유엔 기구는 없다. 중요한 점은 지원자 본인이 했던 일을 알고 싶은 것이다”면서 “예를 들어, 몇 주 전에 있었던 인터뷰였는데, 후보자에게 창의성에 관한 질문을 했더니, ‘I’를 사용해서 “내가, 내가 이런 저런 일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고는 끝에 “그런데 그 아이디어는 친구가 내놓은 것이었다”고 했다. 따라서 그 후보자에게는 창의성이 없는 것으로 평가했다”라고 지적했다.
그 밖에 후보자들이 저지르는 실수 중에 연설을 하려고 하거나 질문에 상관없는 이야기를 장황하게 늘어놓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로페즈 국장은 “우리는 지원자가 어떻게 관리 능력을 배웠는지 과정을 알고 싶은 게 아니다. 우리가 알고 싶은 것은 지원자 본인 역량이다”라면서 “질문을 이해하지 못했다면 확인 질문을 해야 한다. 질문을 이해하지 못했다고 감점되지 않는다. 유엔 입장에서 직무에 적합한 인재를 찾는 것은 비용이 많이 드는 일이고 우리는 지원자의 성공을 돕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글 이동호 영상 이철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