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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성공 수기

해외봉사에서 천직을 찾다

송윤희 2011.10.13 00:00 조회 수 : 2807

 

[KOICA 공동기획] “경찰의 삶 열어준 방글라데시는 나의 운명”

해외봉사에서 천직을 찾다(2)

경기도 포천경찰서에서 근무하는 송윤희 씨는 일주일에 3~4차례 송우리 이슬람센터 옆에 있는 방글라데시 식품점을 찾는다. 식품점 사장인 셀림 레자, 무하마드 자만 씨와 식사를 하거나 그곳에 찾아온 이주민 노동자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주 업무다.

대화는 주로 벵골어(방글라데시어)로 이뤄진다. “제가 벵골어로 인사를 건네면 다들 깜짝 놀라요. 경찰관이 어떻게 방글라데시 말을 아냐고요. 그 다음에는 반가워하죠. 연락처도 주고받고 쉽게 친해져요.”

그가 전공도 아닌 벵골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것은 KOICA 해외봉사 경험 때문이다. ‘미운 정’이 들었다고 말할 만큼 방글라데시에서의 봉사는 순탄치 않았다. 말이 안 통해 괴로운 날이 많았다. 하지만 그 경험은 송 씨를 ‘외사 경찰관’의 길로 이끌었다. 그는 “돌아보니 방글라데시는 내 운명이었다”고 말했다.

송윤희 씨가 처음부터 경찰관을 목표로 한 것은 아니었다. 학창 시절 꿈은 한비야 씨처럼 국제구호단체에서 일하는 것. 사회복지를 전공하고 졸업 후 KOICA 해외봉사단원 선발에 지원한 것도 국제구호단체 취업을 위한 경험 쌓기의 일환이었다.

사회생활을 시작할 나이에 2년의 시간을 해외봉사에 쏟겠다는 송 씨의 결정에 부모님은 반기를 들었다. “학교 다닐 때 우즈베키스탄에 코피온 봉사활동을 다녀온 적이 있었거든요. 외국 한번 갔다 왔는데 또 가냐고 반대하셨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아버지의 건강이 나빠졌다. 결국 집안의 반대로 출국을 1년 뒤로 미뤘다. 하지만 해외봉사를 떠나겠다는 생각은 변함없었다.

2004년 해외봉사단원에 선발됐을 때 처음 배정받은 국가는 캄보디아였다. 그러나 1년 뒤 그가 향한 곳은 방글라데시. 캄보디아에는 그가 맡은 ‘지역개발’ 직종을 필요로 하는 곳이 없어 목적지가 바뀌었다.

2005년 9월 방글라데시 공항에 내려섰을 때의 첫인상을 송 씨는 “숨이 막혔다”고 표현했다. 수도 다카(Dhaka)의 9월 평균기온은 28도. 아열대 몬순 기후의 습하고 더운 공기가 쉴 새 없이 허파로 밀려들었다. 표가 없어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건물 난간에 매달려 있는 수많은 인파는 ‘쇼킹’하기까지 했다. 세계에서 가장 인구밀도가 높은 나라에 왔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그는 방글라데시 수도에서 3시간 남짓 걸리는 라즈바리에 배치받았다. 매일 전기가 끊기고, 물탱크의 온도 조절이 안 돼 낮에는 뜨거운 물로, 밤에는 찬물로 씻어야 하는 열악한 생활이 시작됐다. 하지만 무엇보다 현지 적응을 힘들게 한 요인은 언어 문제였다. “외국인은 저 혼자였는데 현지어를 잘 못하니 일을 할 수가 없어 답답했어요.”

“The journey is the reward”

라즈바리에 오기 전, 2개월간 벵골어를 배웠지만 당장 사업을 벌이기엔 무리였다. 송 씨가 속한 라즈바리 청년개발청(D.Y.D; Department of Youth Development) 기관장이 벵골어 과외 선생을 주선했다.

“초등학교 교과서를 구해 읽고 쓰는 연습을 했어요. 발음을 특히 집중해서 배웠죠. 그렇게 석 달 정도 공부하는 동안 실력이 많이 늘었어요.” 2005년 당시 방글라데시의 전체 문맹률은 40% 정도. 빈곤층이 많은 라즈바리의 상황은 더 열악했다.

“아이들 대부분이 초등학교를 다니지 않았어요. 부모가 자식이 공부하기보단 돈 벌어오길 더 바랐으니까요. 나중엔 제가 현지인보다 읽고 쓰기를 더 잘할 정도였어요.”

벵골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해지면서 그의 활동에 가속도가 붙었다. “처음엔 무엇을 해야 할지 막막했지만 현지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부족한 부분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 수도 설치 사업, 화장실 구축 사업, 식목 사업, 장학 사업 등을 벌였다.

무엇보다 보람 있었던 일은 공동 펌프를 설치한 것이다. “공동 우물에 비소나 철 같은 독성 물질이 많은데 어쩔 수 없이 그 물을 마시는 사람들을 보고 안타까웠어요.” 더러운 물을 길어 먹거나 남의 집 수돗물을 훔쳐 먹던 이들이 공동 펌프 설치 이후 마음껏 물을 쓸 수 있었다.

그는 방글라데시에서 봉사한 경험이 사고방식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고 말한다. “그동안 너무 많은 것을 누리고 행복하게 살았구나 생각했어요. 방글라데시 사람들에게 도움을 줘야겠다는 책임감이 많이 들었죠. 무에서 유를 만들어냈던 경험으로 자신감도 생겼어요.”

벵골어 능력은 2년간의 해외봉사 경험이 안겨준 또 하나의 소중한 결실이다. 사업 연계처를 찾아다니고, 시장조사를 나가는 등 사업을 진행하는 동안 현지인과 직접 부딪치며 배운 언어는 쉽게 잊히지 않았다.

한국에 돌아온 뒤 송 씨는 출입국관리사무소의 외국인 종합안내센터에서 벵골어 상담원으로 일했다. 해외봉사 경험을 활용한 첫 번째 일자리였다. 일을 하던 중 우연히 경찰청에서 외사 요원을 특별 채용하는 제도가 있음을 알게 됐다.

마침 ‘벵골어’ 가능자를 뽑고 있었다. 송 씨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벵골어로 치러진 번역 시험과 면접 평가, 적성검사 등을 거쳐 2008년 외사 경찰관으로 입사했다. “면접에서 통역이 가능한지 질문을 받았을 때 자신 있게 할 수 있다고 대답했어요. 시골에서 혼자 지내느라 외롭기도 했지만 돌아보니 벵골어 실력을 쌓는 데는 오히려 좋은 기회였죠.”

현재 경기도 포천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1만4000여 명, 방글라데시인은 공식적인 통계로 800~900명 정도다. 그는 다문화 사회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는 이곳에서 외국인들의 생활을 보살펴주는 일을 하는 것이 보람 있다고 말한다.

“포천엔 다양한 이주민이 살고 있기 때문에 방글라데시인만 만나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해외 경험이 외사 요원으로 일하는 데 큰 도움이 돼요. 일단 언어를 할 줄 알고, 그 나라 상황도 잘 알고 있으니까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죠.” 그는 계속 방글라데시와 인연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경찰의 유학 제도를 통해 벵골어를 배우러 다시 방글라데시에 가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The journey is the reward.(그 여정이 바로 보상이다)” 애플사 CEO 스티브 잡스의 말처럼 그는 힘든 여정을 버텨낼 것을 강조했다. “큰 뜻을 품고 왔다가도 중도에 포기하고 돌아가는 사람들이 많아요.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외로움, 말이 통하지 않는 답답함, 문화 차이에 대한 충격도 있고요. 그래도 쉽게 포기하지 말고 견뎌내면 나중에 더 많은 것을 얻었다는 걸 알게 될 거예요. 해외봉사를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입니다.”



1 경찰관 임관식에서 가족과 함께.

2 망고와 리치나무로 벌인 식목사업. 다 자란 나무는 고가에 팔 수 있어 미래설계의 수단이 된다.

3 라즈바리 초등학교에 교과서를 무료로 나눠주는 장학 사업을 진행했다.

4 친구 린다(오른쪽)와 함께 시내로 가는 페리 안에서. 전통의상인 ‘살와르 카미즈(shalwar kameez)’를 즐겨입었다.

송윤희 씨는…

나사렛대 재활공학과·사회복지학과 졸업
2000~2001년 코피온(COPION) 봉사활동 - 우즈베키스탄
2005~2007년 KOICA 해외봉사단 활동 - 방글라데시
2008년 출입국관리사무소 외국인 종합안내센터 근무
2008년 외사 경찰관 특채 입사


글 김보람 기자 bramvo@hankyung.com│사진 서범세 기자 joycine@hankyung.com

한국경제신문 자매지 Campus Job&Joy 5월호 게재 내용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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