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안성여자기능대학 반도체디자인과 졸업생 01학번 김소연이라고 합니다.

처음 하이닉스 반도체㈜ System IC사업부 LDDI설계팀으로 입사한 후, 분사한 매그나칩 반도체㈜에서 근무하였습니다. 지금은 매그나칩 반도체 일본 법인 JLDC(Japan Large DDI Design Center)라고 부르는 Design Center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재학 시절2학년 1학기가 끝나고 여름방학에 생각하지도 못했던 하이닉스 연수라는 기회가 생겼습니다. 7월부터 두 달 동안의 인턴 체험은 참으로 재미 있었습니다. 같이 참여 했던 동기들은 연수 후, 면접으로 채용이 가능하다는 연락을 받았고 2학년 2학기가 시작하고 얼마 후에 하이닉스로 입사 통보를 받게 되었습니다.

당시는 반도체디자인과가 전기전자과에서 이름을 바꾼 지 얼마 되지 않았던 시기였기 때문에 저와 제 동기들은 실제 현장에서 사용하는 Tool이 배운 것과는 조금 달라 다소 고생을 했습니다. 얼마 되지 않아 동기들은 이 사실을 학교에 전하였고, 하이닉스에서 사용하지 않는 Workstation을 기증할 수 있도록 학교와 회사를 연결하여 실무와 실습의 간격을 좁힐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Tool도 이제는 현장에서 사용하는 Cadence Tool을 사용하게 되어 후배들에게는 매우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근무 년 수가 1년, 2년 계속 시기가 지나갈 때마다 반도체 디자인과(지금은 디지털디자인과)에 대해 이야기 하는 직장 상사나 동료들이 점점 늘어 갔습니다. 그리고 후배들이 LG반도체나 삼성반도체에서 일하게 되고 또 제가 일하는 곳으로도 입사하는 걸 보면서 처음 동기들과 하이닉스에 입사 했을 때에 했던 생각들이 떠올랐습니다. 그때는 서투른 면도 있었고, 신생학과였다는 점도 작용하여 저와 동기들의 능력을 가늠하려고 하는 시선이 사방에서 느껴졌었습니다. 그런 시선이 무리는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동기들과 ‘열심히 하자.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학과 이미지가 달리질 수도 있으니까.’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생각이 좋은 방향으로 현실이 되어 나타났기에 무척 기뻤습니다.

현재 제가 하고 있는 일은 반도체 레이아웃 분야입니다. 반도체 회로를 제조하기 위해 레이아웃 툴을 사용하여 미세회로 패턴을 그리는 일입니다. 다른 직업은 경험해 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반도체디자이너란 직업은 본인의 의지와 노력으로 경험과 경력을 쌓을 수 있고 그에 합당한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이상적인 직업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반도체디자인과에 입학하기 전, 저는 인문계 고등학교에 문과를 다녔고 수학은 좋아하지도 잘하지도 못한 축이었습니다. 그런 제가 이공계의 반도체와 인연을 맺게 되었습니다. 제가 여기까지 경력을 쌓는 데에 특별한 재능은 없었습니다. 배우고 손에 익히고 실수한 것들에 대해 분석하고 다시는 실수하지 않기 위해 노력한 것뿐입니다.

누구나 자신의 내일을 알지 못하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작년 이맘때 저는 제가 일본에 오게 되리라고는 짐작도 하지 못했습니다. 회사에서 새롭게 만들어지는 일본의 Design Center로 가서 일해 보겠냐는 물음을 공개적으로 사람들에게 물어 왔을 때에 모두들 한국이 아닌 다른 곳에서 산다는 것과 과연 그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가에 대한 불안감으로 술렁거렸습니다. 저는 이게 제 인생에 두 번째로 오는 기회가 아닐까 생각했고 개인 면담으로 본인 의사를 질문해왔을 때, 바로 가겠다고 답변하였습니다.

아직도 배워야 할 것들은 제 앞에 산적해 있습니다. 그래도 저는 행복합니다. 일은 제 몸을 피곤하게 하더라도 제 손을 거쳐 레이아웃 설계한 LCD가 반도체 제조회사에서 만들어져 누군가에게 판매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인생에서 기회는 세 번이 있다고 하지요. 그렇게 보면 제 인생에 중요한 기회가 벌써 두 번씩이나 왔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마지막 한 번은 아직 오지 않았고, 저는 그 기회를 잡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므로 저의 이야기는 이 종이에서 끝나지 않고 계속 이어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