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이 청년 실업 문제로 진통을 겪고 있다. 지난해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청년 실업률은 각각 48%와 40%를 넘어 구직 중인 젊은이 두 명 가운데 한 명꼴로 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EU 통계청 자료). 프랑스(24.7%)와 벨기에(22.1%)의 청년 실업자 비율은 20%를 웃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이집트·알제리 같은 신흥국의 청년 실업률이 30%대에 달한다"고 밝혔다.

올 들어 우리나라의 청년 실업률도 사상 처음 두 자릿수(10%)를 넘나들고 있다. 서울과 지방을 불문하고 취업난으로 대학 졸업을 늦추는 젊은이가 매년 늘어나는가 하면 SKY(서울·고려·연세)대 캠퍼스에서 열리는 채용 박람회조차 지원자 수천 명이 인산인해를 이룬다.

이런 상황을 돌파할 카드로, 해외 특히 일본 시장 공략을 제안한다. 세 가지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먼저 취업 문이 넓다. 올 7월 일본 노동시장에서 유효 구인배율(求人倍率)은 1.37배로 1991년 이후 25년 만에 가장 높았다. 이는 구직자 1명을 놓고 1.37개 기업이 달려든다는 의미로 기업의 구인난이 그만큼 심각함을 보여준다. 같은 달 일본 실업률(3.0%)은 21년 2개월 만에 가장 낮았고 일본 대학생의 올해 취업률은 97%다.

둘째는 글로벌 무대 진출의 도약대라는 측면에서다. 이는 안정 지향적인 일본 젊은이들이 외국 근무를 기피해 일본 기업이 해외에서 일할 청년을 못 뽑는 현실과 맞닿아 있다. 송수영 딜로이트재팬 부사장은 "일본에선 글로벌 인재가 30만명 필요한데 실제 채용은 10만명 정도"라며 "한국 청년이 일본 기업 입사 후 능력을 키워 다른 글로벌 기업으로 진출하는 것이 유망하다"고 말했다. 일본 직장의 조직 문화와 경영 기법이 상대적으로 선진적인 데다 일본 정부가 외국인 인재 유치를 겨냥해 영주권 등 체류 자격 완화와 의료·법률 지원 강화에 나서고 있는 것도 긍정적이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을 통해 지난해 일본 취업에 성공한 한국 젊은이는 2년 전보다 두 배 넘게 늘었다. 코트라(KOTRA)나 대학 채용 박람회 현장을 찾는 일본 기업도 부쩍 많아지고 있다. 이는 한국 청년과 일본 기업 간 상호 만족도가 높아 '윈·윈(win-win) 구도'가 자리 잡고 있다는 방증이다. 일본을 포함한 해외 취업 자체가 물론 만능열쇠는 아니다. 어학과 전문 지식, 인성(人性)에다 치밀한 준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현지에서 살아남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국내 취업 빙하기가 우리의 대응 여하에 따라 역량을 키우는 강력한 지렛대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비행기로 2시간 이내 거리에 3억명이 있는 동아시아 전체를 우리의 취업 시장으로 보는 발상의 혁신이 있어야 한다. 정부의 취업 대책도 고졸자 우대, 공공기관 채용 증대, 대기 업 공채 인원 관리 같은 수준을 넘어 지역별·유형별 해외 진출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한국인은 위기마다 과감한 글로벌화로 국운(國運)을 열어왔다. 1960년대 산업화는 좁은 내수를 벗어나 세계를 시장으로 인식하는 수출이라는 개념 전환에서 시작됐다. 청년 실업 문제도 일자리 범위를 국내가 아닌 세계로 확장하는 변경(프런티어) 개척 정신으로 승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