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한국의 발전 경험을 배우고 싶어하기 때문에 젊은이들에게 국제무대의 문이 크게 열려 있습니다. 소명의식을 갖고 꾸준히 밀어붙이세요."
세계은행의 미국 워싱턴DC 본부에 컨설턴트로 파견된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과장은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포화 상태인 국내 취업시장에서 벗어나 해외, 특히 국제기구로 눈을 돌리라고 권했다.
국제기구 취업은 '바늘구멍'으로 불릴 정도로 어렵다. 채용인원이 적은데, 전세계에서 온 인재와 경쟁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 과장은 국제기구에서도 한국의 입지가 넓어져 인내심을 갖고 도전할 것을 조언했다.
여 과장은 30일 기자와의 전화인터뷰에서 "한국의 발전 경험을 본받으려는 나라가 많아짐에 따라 개발도상국을 주로 상대하는 국제기구에서 한국인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우리 아버지·형님세대와 비교해 젊은이들이 국제무대로 뻗어나갈 수 있는 아주 유리한 환경이 조성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엔 등 잘 알려진 기구 외에 아프리카개발은행, 중남미개발은행 등 일종의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방법도 있다. 주변에는 국제기구에 100번 노크해 기회를 잡은 친구들이 있다"고 독려했다.
여 과장은 국제기구 지원 때 기본적인 소양으로 언어능력을 들었다. 그는 "단순한 의사소통을 넘어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과 일을 하면서 발표도 하고 토론도 할 수 있을 정도는 돼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공격적인 자세'를 보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국제기구는 그냥 앉아서 일을 기다리기보다는 적극적으로 나가서 인맥을 넓히고, 일을 찾아야 하는 곳"이라며 "인도와 남미, 아프리카 등 전세계 구석구석을 다니며 일을 하기 위해서는 '공격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인류의 공동번영을 위한 조직인 만큼 소명의식도 중요하다. 여 과장은 "세계은행만 하더라도 투자회사, 컨설팅회사 등 돈을 잘 버는 회사에 다니던 사람이 많다"며 "상대적으로 돈은 적게 벌지만 훨씬 행복을 느끼는 것은 나름의 소명의식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단순히 외적으로 화려한 면만 보고 막연한 환상에 빠져 국제기구에 지원한다면 몇 달을 버티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여 과장은 정부도 공적개발원조(ODA) 등과 연계해 국제기구의 한국인 취업을 적극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스페인과 그리스, 이탈리아 등 경제위기를 겪는 나라들의 청년들이 국제기구에도 많이 취업한다"며 "해당국들이 국제기구와 협약을 맺고 '펀딩'과 자국 청년 취업을 연계하는 일을 많이 벌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