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윤현정 교수는“다소 무모한 도전을 감행한 것이 지금의 나를 있게 했다”고 말했다.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왜 2개씩이나 했어요?"
30일 오후 아주대 율곡관 대강당에서 신입생 150여명의 질문이 쏟아졌다. 오후 3시에 끝나기로 한 특강은 오후 3시30분까지 이어졌다. 강사는
미국에서 정치학과와 신문방송학과 박사 학위를 동시에 받고 텍사스주립대(Texas State University)에서 조교수로 재직 중인 윤현정(31)씨.
어려서부터 전 세계를 누비며 국제적인 일을 하고 싶었던 윤씨는 1996년 대외협력 프로그램이 많은 아주대 정치학과에 입학했고 4학년 때 플로리다 주립대 정치학과에 교환학생으로 갔다. 수업 내용을 반도 알아듣지 못했던 탓에 미국 친구들이 30분이면 할 수 있는 시험 공부를 10시간이나 걸려 준비했다.
외국 학생이 책 읽고 외우는 데서 나아가 다른 생각을 하고 응용해 보려고 하는 모습을 본 지도 교수가 "석사를 해 보면 어떻겠느냐"고 격려하자, 윤씨는 2001년 봄부터 석사 과정을 시작했고, 박사 과정도 계획했다.
그러던 윤씨에게 욕심이 생겼다. '이론 중심의 학문인 정치학과 이를 응용할 수 있는 정치 커뮤니케이션'을 같이 공부하고 싶었던 것. 앞뒤 재 보지도 않고 "정치학과와 신문방송학과 박사 과정에 모두 지원하겠다"고 결심했다. 교수들은 "하나라도 열심히 해라"며 만류했고, 학교에서는 "그런 적이 없다"고 했다. 윤씨는 고집을 부렸고, 학과장 회의를 거쳐 학교 컴퓨터 입학 시스템을 바꾼 뒤 두 과정을 동시에 다닐 수 있었다.
이때부터 윤씨는 공부만 했다. 1학기 3과목을 꽉 채워 듣고 여름방학에도 수업을 들었다. 2003년 가을부터 2007년 봄까지의 박사과정 동안 한국에 나온 1개월을 빼고는 모두 시험 공부와 논문 준비에 매달렸다. 그렇게 해서 논문의 한 장도 겹치면 안 되는 정치학과와 신문방송학과 논문을 따로 준비했고 따로 시험을 봐 박사학위를 둘 다 받았다. 윤씨는 "재주가 없어 공부를 한 것뿐이다"라고 했다.
윤씨는 미국의 신문, 방송, 잡지 등 각종 언론에 소개됐고, 관련 과목을 가르칠 교수가 필요했던 텍사스 주립대에 바로 채용됐다.
윤씨는 "공부하고 싶은 것은 어디에서 어떤 것이든지 하겠다"며 "학제 간 연구의 기초를 쌓아 다른 분들이 더 쉽게 이런 공부를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입력 : 2008.05.30 2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