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JPO 3기 출신으로 2000년 2월부터 세계지식재산권기구(World Intellectual Property Organization: WIPO) 중재조정센터에서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JPO로 시작했을 때에는 전자상거래를 관심분야로 지명해 도메인 이름 분쟁을 다루는 WIPO 중재조정센터로 바로 발령이 나, 도메인사건관리자로 근무를 시작했습니다.  그 당시에는 중재조정센터에 professional staff가 저를 포함하여 5명에 불과했는데, 도메인분쟁건수가 급격하게 증가한 덕에 같은 해 여름 7명이 새로이 채용되어 저 역시 새내기임에도 불구하고, 저 이후로 들어온 직원들의 교육, 사건관리 매뉴얼 작성, 사건판정 온라인 검색툴 개발 등 중책을 맡게 되는 운이 있었습니다.  당시 중재센터장 (현재 WIPO 사무총장)을 비롯하여, 동료들이 잘 이끌어 주어, JPO 2년기간이 완료된 후에 P4 급 Senior Legal Officer로 WIPO 정식직원으로 채용이 되었습니다.  2006년에는 중재센터내 새로운 분야를 개발하는 Legal Development Section으로 옮겨, 2007년 봄부터 head로 있습니다.  2010년에 P5가 되었습니다. 

제가 현재 맡고 있는 업무는 WIPO 중재조정센터에서 도모하는 재판외 분쟁해결수단들이 적합한 지식재산권 분야를 찾아, 적절한 권리 집행수단의 하나로 사용될 수 있도록 도움을 제공하는 것 입니다.  예를 들자면, 인터넷상의 새로운 환경 (옥션,  소셜네트워크 사이트 등)에서 지적재산권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속지적인 국내 법원을 통하여 권리집행하기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인터넷상의 지적재산권 관련 거래를 용이화 할 수 있는 새로운 대체적 분쟁해결방법의 개발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저는 연세대학교 법과대학에서 학사, 석사, 박사를 모두 받았습니다. 박사학위논문을 ‘정보통신혁명에 따른 저작권 관련 국제협약의 최근 동향과 우리의 과제’로 1996년 채택된 WIPO 인터넷조약을 중심으로 썼으니, 알게 모르게 WIPO를 직장으로 삼을 준비를 하고 있었나 봅니다.  1998년 봄에 학위를 받고 시간강사로 법학 강의를 하며 대학교 전임자리를 찾고 있던 중에, 우연히 JPO제도를 알게 되어 급하게 준비를 해서 1999년 봄에 시험을 봤습니다.  학위를 모두 국내에서 받았지만 그전에 해외에 산 경험이 있어 영어가 어느 정도 능숙한 상황에서, 박사과정 중에 Fulbright 장학금으로 미국 University of Michigan에서 일년을 보내 영어시험 (TEPS) 준비가 큰 부담이 되지 않았던 점, 석, 박사 과정 중 국제연합 관련법 등을 공부하여, UN체계에 대하여 어느 정도의 지식기반을 갖고 있었던 점, 불어를 제2외국어로 학부 시절 꾸준히 하고 그 후에도 Alliance Française를 다녀서 기초실력이 되었던 점, 박사학위 소유자에 대한 가산점을 받을 수 있었던 점이 모두 제게 유리하게 적용되었던 것 같습니다. 

돌이켜 보면, 석사 과정 중 전공선택으로 고민을 할 때, 당시 국내에서는 생소한 분야이었던 지적재산권법 분야를 해보라고 하신 지도교수님, 또, JPO 선발 후 제 전공분야와 맞는 WIPO를 제1 지망으로 제출했는데, WIPO는 힘들 수 있을 것 같다고 다른 UN기구로 전환해 보기를 고려하라는 소식을 받아 고민하던 중에, 외교통상부와 특허청, 주제네바 대한민국 대표부 등 여러분들의 도움을 받아, 지금 WIPO에서 만족하며 지내게 되는 행운을 갖게 되었습니다.

국제기구 진출을 희망하시는 분들에게는 우선 국제기구에서의 일, 해외생활이 본인의 적성에 맞는지를 우선 어느 정도 확인하도록 권하고 싶습니다.  국제기구의 관료제에 따른 성격이 받아들이기가 어려울 수도 있고, 4-5년 마다 새로운 나라에서 일을 하여야 하는 기구도 있습니다.  낯설은 문화적 배경을 가진 동료들과 업무를 하기가 수월하지만은 않을 수도 있고, 또한 가족, 친구들과 떨어져 사는 것이 무척 고독할 수도 있습니다.  

국제기구의 일과 그에 따른 라이프 스타일 역시 원하는 바라고 생각되는 경우에는 인턴 자리를 열심히 모색하여 경험을 일찍부터 쌓기를 권하겠습니다. 인턴자리는 정식직원자리보다는 수월하게 찾아지고, 또 인턴을 하며 만들 수 있는 인맥을 통하여 정식직원자리를 구할 수 있습니다. 인사부나 재무부등 어느 기구에서나 환영될 수 있는 분야에 관심이 있지 않는 이상, 각 기구마다 하는 업무가 크게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원하는 기구에 맞는 전문성을 쌓는 것도 중요합니다.  저의 경우에는 지적재산권이라는 한 분야로 학위를 한 후에, 그 우물을 계속 팔 수 있는 국제기구에 채용되어, 기구 내에서 저의 자리를 찾아가는데 무리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국제기구에 채용되는 길은 여럿이며, 인턴으로부터 시작하여, 다른 직장에서 전문성을 쌓다, 상위직급으로 채용되는 길도 있습니다.   

저의 경우에는 늦무렵에, 어떻게 보면 우연히, 학문의 길을 접고, 저의 현재 직업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정치적인 결정에서 때때로 오는 비합리성, 관료주의 체제하에서 희석되는 효율성 등에 가끔 깊게 숨을 들어 내어 쉬기도 하지만, 지적재산권 분야의 중심에서 큰 흐름을 잡는데 기여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데 보람을 느낍니다.

국제기구 진출을 목표로 하시는 분들에게는 선입견을 갖지 않고, 새로운 가능성을 늘 염두에 두고, 현재에 최선을 다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하고 싶습니다.

출처:http://www.mofat.go.kr/unrecruit/community/mentoring_view.js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