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14-04-10 04:03

 

이탈리아 로마에 본부를 둔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13년 만에 한국인 정규직원이 채용됐다. 2012년부터 임시직원으로 일하다 올 2월 정규직원 채용공모에 지원해 최종면접에서 3명의 외국인 경쟁자를 제치고 합격, 7일 첫 출근한 진수연(29·사진)씨다.

유엔 등 국제기구에 진출하고 있는 한국인이 늘고 있지만 자력으로 정규직원 되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 진씨도 몇 차례 퇴짜를 맞았다. 캐나다 토론토대 졸업 후 7년간 기회가 있을 때마다 관심 있는 국제기구의 문을 두드렸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주저앉고 싶은 마음이 들 때도 있었지만 관심 분야인 산림·환경 쪽 국제기구에서 임시직원으로 일하며 착실히 경력을 쌓았다. 2008년부터 2011년까지 유엔사막화방지협약(UNCCD), 멕시코산림위원회 등 국제기구와 그린아시아네트워크 등 비정부기구(NGO)에서 활동했다.

진씨는 9일 국민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7년 동안 여러 국제기구와 NGO에서 겪은 경험이 바탕이 돼 정규직원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잡은 것 같다”며 “준비된 사람에게 기회가 온다는 말을 실감하고 있다”고 기뻐했다. 이어 “국제기구에서 일하기를 꿈꾸고 있다면 막연하게 목표를 세우지 말고 관심 분야의 작은 국제기구라도 들어가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FAO는 주요 유엔기구 가운데 한국인 정규직원이 가장 적은 곳이어서 진씨의 합격은 외교부에도 기쁜 일이었다. 2001년 이후 줄곧 3명이었다가 진씨까지 4명이 됐다. FAO를 포함해 59개 국제기구에서 정규직원으로 있는 한국인 수는 지난해 7월 현재 479명이다. 매년 조금씩 늘고 있지만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에 비해선 적은 숫자다. 유엔은 지역·국가별 안배를 고려해 고용하고 있다.

주이탈리아 한국대사관의 배재현 대사는 “한국이 유엔에 내고 있는 분담금이 세계 13위임을 감안할 때 FAO의 적정 한국인 정규직원 숫자는 최소 16명”이라며 “진씨가 최종면접까지 올라간 소식을 접하고 FAO에 한국인 채용비율이 낮은 점을 지적했다”고 전했다. 배 대사는 “국제기구에 서구 중심의 채용 문화가 존재하는 게 현실이지만 진씨처럼 진취적인 젊은이와 외교부의 조력이 합쳐지면 더 많은 한국인이 국제무대에 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진씨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유엔 수장으로 있는 동안 동양인 지원자에 대한 시선도 많이 달라졌다”며 “준비만 돼 있다면 국제기구에서 일하는 게 이전만큼 어렵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