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제기구에서 어떤 일을 해보고 싶습니까?"

"한국이 반세기 만에 최빈국에서 선진국으로 올라선 비결을 개도국에 전수해 주고 싶습니다."

지난달 17일 경희대 호텔관광대학 여러 강의실에선 기획재정부 주최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등 7개 국제금융기구의 채용 인터뷰가 진행되고 있었다.

국제기구는 많은 젊은이들에게 선망의 직장 중 하나다. 그러나 지레 겁부터 먹고 제대로 시도조차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국제기구 입사를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국제기구 인사담당자들과 좌담회를 열었다. 참석자들은 공통적으로 "한국인들은 모두가 뛰어난 역량을 갖고 있다"며 "본인이 스스로 갇혀 있는 틀만 깨면 된다"고 조언했다.

◇채용 인터뷰 때 자신감 없어

국제기구 인사 담당자들은 한국인 직원들이 탁월한 업무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안나 마리아(Anna Maria) 세계은행(World Bank) 채용과장은 "한국인들은 업무 이해도가 빠르고 무척 열정이 있다"며 "많은 한국인들을 뽑고 싶고 모든 사람들에게 기회가 열려 있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또 후앙 보가(Juan Borga) 미주개발은행(IDB) 인사 담당 선임역은 "한국인들은 새로운 것을 빨리 배우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며 "지식도 많고 업무 준비가 잘 돼 있어 무척 빨리 적응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국인들은 인터뷰 때 이런 장점을 제대로 부각시키지 못한다. 패트릭 반 호이트(Patrick van Haute) OECD 인사 담당 이사는 "한국인들은 일단 들어오면 '워커홀릭'이라 불릴 만큼 대단한 성실성을 보여주지만 채용 인터뷰 때는 무척 자신감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나라 사람들은 가진 게 없어도 자신감에 차있는데 한국인들은 인터뷰 기계처럼 정형화된 말만 반복한다"며 "근본적인 인터뷰 트레이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다니엘 조지(Daniel Jorge) 국제금융공사(IFC) 인사과장은 "한국인들은 입사에 필요한 모든 것을 갖고 있는데 한국 특유의 수직적 문화로 인해 인터뷰 때 자신감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성이 첫 번째

국제기구 입사 열기는 전 세계적으로 무척 뜨겁다. 경쟁률이 보통 수백대 1을 넘는다. 호이트 OECD 이사는 "채용 때마다 다르지만 경쟁률이 최고 300대 1을 넘을 때도 있다"고 밝혔다. 조지 국제금융공사 과장은 "100명 정도를 선발하면 5000명 이상이 지원할 때가 대부분"이라고 했다.

선발의 첫 번째 기준은 전문성이다. 금융, 개발, 마케팅, 회계, 보안 등 어떤 분야에서건 전문성만 갖추면 누구나 국제기구 직원이 될 수 있다. 학위나 국적 등은 부차적이다.

마리아 세계은행 과장은 "기본적인 자격 조건 외에 전문성을 중점적으로 본다"며 "전문 분야에서 일한 경력이 있는 사람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문성과 더불어 열정, 국제적 감각, 성실성, 리더십을 본다"고 덧붙였다.

◇원하는 국제기구 트위터 팔로잉을

국제기구 취업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취직하려는 국제기구 홈페이지는 물론 공식 페이스북, 트위터 등에 모두 등록해 놔야 한다. 마리아 세계은행 과장은 "최근에는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를 알림 창구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등록 정보를 본 채용 담당자들이 먼저 연락해 올 때도 있다. 타임스, 이코노미스트 등 주요 외국 신문·잡지에 채용 공고가 나올 때도 많아 챙겨 봐야 한다.

경력 없이 졸업하자마자 국제기구에 입사하는 방법으로 YPP(영 프로페셔널 프로그램)란 제도가 있다. 대졸 공채와 비슷한 제도이다. OECD의 경우 연간 300명 정도를 선발하는데 YPP를 통해 매년 6명 정도를 뽑는다.

국제기구 채용 담당자들은 글로벌 재정위기에도 불구, 채용 인원을 줄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호이트 이사는 "OECD 예산의 85%가 인건비인데 아직 삭감 얘기가 나오지 않고 있다"며 "우리는 여전히 사람을 필요로 하고 계속 뽑아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쉬 ADB 이사는 "많은 국제기구들은 위기 때 할 일이 더 많아진다"며 "인원을 계속 늘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1/12/05/2011120500331.html?Dep0=chosunnews&Dep1=related&Dep2=related_a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