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엔산업개발기구 아태지역 컨설턴트 이호승씨

최근 한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국제기구 취업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유엔 등 국제기구는 취업기회가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취업의 꿈은 이루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 때문에 외교통상부에서는 한국국적의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소정의 선발절차를 거쳐 2년간 유엔 및 관련 국제기구의 사무국에 수습 직원으로 파견하는 국제기구 초급 전문가(JPO) 제도를 운영중에 있다. 현재 오스트리아 빈 소재 유엔산업개발기구(UNIDO)에서 아태지역 프로그램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는 이호승(사진)씨는 지난 2001년 JPO로 선발된 후 UNIDO에서 근무를 시작해 국제원자력기구(IAEA)에서도 컨설턴트로 일한 경력이 있다. 지난주 한국방문 중에 가진 인터뷰에서 그는 유엔 컨설턴트의 성공 요건으로 조직내에서의 신뢰(credibility)구축을 여러번 강조했다.

3개월 이상 근무해야 조직운영 파악
신뢰 쌓이면 컨설턴트로 채용하기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산업분야 유리

- 유엔에서 컨설턴트의 역할은 무엇인가.

▶유엔에서 컨설턴트는 보통 6개월 단위로 계약하면서 여러 업무를 맡게 된다. 대부분의 컨설턴트는 프로그램 매니저의 업무를 보조하는 일을 한다. 일부 컨설턴트들은 프로젝트 관리와 현장 근무자들과의 연락 등 정규직 직원(Professional staff)과 거의 같은 일을 한다. 나도 지난 8년간의 컨설턴트 경력을 거쳐 최근 UNIDO에서 인도네시아, 티모르, 파키스탄, 이란, 베트남  등 5개국의 프로젝트 관리업무를 맡을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컨설턴트 재계약 과정이 만만치 않아 길게는 5개월까지 공백기간도 있었다. 컨설턴트로 일하기 위해서는 특정분야에 대한 어느 정도의 전문성(professional skill)이 있어야 한다. 이 때문에 비록 국제기구에서의 근무경력이 없지만 국제기구 취업을 원하는 한국인의 경우 원자력 기술 등과 같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한국 산업분야에서의 경력이 유리하게 작용한다.

- 유엔 컨설턴트직의 재계약을 위해서는 어떠한 점들이 중요한가.

▶업무능력은 재계약을 위한 단지 하나의 요소에 지나지 않는다. 동료들 간의 신뢰 구축을 통한 조직 내에서의 강력한 지원이 중요하다. 이외에도 여러가지 정치적 요소들이 작용한다. 주니어 레벨에서 시너어 레벨을 막론하고 유엔에서 취업을 위해서는 대사관과 유엔대표부의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 나는 두번이나 후보로 추천되고서도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선발되지 못했던 적이 있다. 분담금을 더 많이 내는 국가 출신의 여성 지원자와 경쟁을 할 때 특히 불리했다.

- 국제기구에서 성공하는 데 필요한 요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 돕고자 하는 정신(helping spirit)과 열린마음(open-mindedness)이다. 이러한 자세로 동료들을 항상 도울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또한 다양한 방식의 영어를 제대로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이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언어는 미국이나 영국연방 국가에서 쓰이는 영어가 아니라 전 세계에서 사용되는 잘못된 영어(Broken English)다. 유엔에서 근무하는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의 영어는 매우 다양한 뉘앙스와 문화, 이데올로기를 내포한다. 따라서 유엔에서의 능력있는 사람 혹은 외교적인 사람이란 이러한 다양한 영어를 제대로 이해하고 이를 해석(encode)해서 업무를 잘 처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 국제기구에서 일하면서 얻은 가장 큰 소득은 무엇인가.

▶지난 8년 동안의 근무경험을 통해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법을 배웠다. 또한 국적, 문화 등을 막론하고 사람들간 에는 공통분모(common denominator)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모든 사람들은 일, 사람, 가족관계에 있어서의 문제를 고민한다. 단지 문화에 따라서 우선순위로 두는 것이 다를 뿐이다. 국제기구에서 일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문화적 우선순위를 잘 파악해야 한다. 단지 업무를 잘 처리하는 능력뿐만 아니라 조직 내에서의 신뢰구축이 중요하다. 모든 사람들로 하여금 나를 좋아하게 할 수는 없지만 나를 좋아하는 사람의 수를 가능한 한 많이 만드는 능력도 중요하다.

- 국제기구 취업을 원하는 학생들에게 어떠한 조언을 해 줄 수 있는가?

▶우선 “국제기구에 인턴으로 들어와서 고생하라(Get your feet and hands dirty by first coming into an international organization as an intern)”로 말하고 싶다. 인턴십은 최소 3개월 이상으로 해야만 조직이 어떻게 운영되는지를 제대로 파악하게 된다. 인턴으로 시작해서 신뢰(credibility)를 쌓아서 컨설턴트로 채용되는 경우도 있다. 또한 “세계 사람들과 교류를 시작하라 (Start dealing with people from around the world)”고 말하고 싶다.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한국에게 중요한 나라만이 아닌 다른 나라, 특히 개도국의 사람들을 이해해야 한다. 또한 해외 학교에서 공부하면서 친구들을 사귀어봐야 한다. 만약 학생으로서 친구를 잘 사귈 수 있다면 나중에 국제기구에 들어가서도 사람들을 잘 사귈 것이다. 세상을 알기 위해서는 책을 통해 혹은 유럽이나 미국을 여행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일부러라도 효과적으로 의사소통할 수 없는 곳에 가서 그곳 사람들과 소통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You have to go to places where you can’t communicate effectively and try how to communicate with people there).  
 
글 최정훈 기자ㆍ사진 장세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