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벽 넘은 `한우물 정신` [중앙일보]
이준영씨, 세계무역기구 공채 700대 1 경쟁 뚫어
국가 간 교역에 필요한 통상 규칙을 만들고 협상 의 장을 제공하는 국제기구인 세계무역기구(WTO) 공채시험에 합격한 이준영(30·사진)씨는 합격 소감을 이렇게 전했다. 그는 이 기구의 전문직(G7급)인 ‘법률·경제 담당관(legal·economic affairs officer)’에 응시해 당당히 합격했다. 올 초 WTO 홈페이지에 채용 공고가 뜨자 전세계에서 700여명의 인재가 지원했고, 필기·구술 시험과 면접을 거쳐 그가 유일하게 뽑혔다. 그는 국내에서 대학원까지 마친 뒤 2003년 스위스 베른대로 유학을 갔다. 호랑이를 잡기 위해 호랑이 굴에 들어가는 전략을 세웠다. 스위스 제네바에는 WTO를 비롯해 유엔 유럽본부, 세계보건기구(WHO), 국제노동기구(ILO),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 등 국제기구가 모여있기 때문이다. 학교를 마친 뒤 그는 전 세계 국제기구 100여 곳의 인턴 또는 직원 채용에 지원했다. 국제기구는 공석이 생기는대로 수시 채용을 하기 때문에 가능한 한 많이 지원해 보는 수 밖에 없었다. 유엔 산하 국제무역센터(ITC)와 유엔개발계획(UNDP) 등 4곳에서 인턴 생활을 했다. 경쟁이 치열해 수없이 고배를 마셨지만 경험이 쌓일수록 자심감도 동시에 생겼다. 국내에서 대학원까지 마친 ‘토종’인 그는 전공분야에 대한 전문성과 외국어 구사 능력을 합격 성공 요인으로 꼽았다. 그는 “국제기구는 오로지 전문지식과 경험으로만 사람을 평가하기 때문에 해당 분야를 깊이 있게 공부하는게 필수”라며 “영어는 기본이고 제2외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면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이씨는 “최종 면접에서 인도인 면접관이 중국어로 통상 문제를 물었는데, 외국어를 누구나 자유자재로 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씨는 한국외국어대에서 아랍어와 중국어를 복수 전공했다. 다른 나라 사람들은 어떻게 사는지 궁금해 신문도 꼭 국제면부터 봤다고 한다. 고려대 대학원에 진학해 국제법을 전공하면서 교내 통상법연구센터에서 연구원으로 일했다. 새벽에는 학원에서 중국어 강의를 듣고, 학교 멀티미디어 학습실에서 살다시피 하며 영어를 파고 들었다고 한다. 이씨가 합격한 G7급은 대학원 이상 학력에 관련 분야 경력이 5년 이상되어야 지원할 수 있다. 연봉도 11만 8000스위스프랑(약 9200만원)이 넘는 전문직이다. 700여명의 WTO 사무국 직원 중 한국인은 이씨를 포함해 모두 3명이다. 공무원 출신이 아닌 개인 차원에서 WTO에 지원해 채용된 한국인은 이씨가 처음이다. 이씨는 “한국의 경제규모와 분담금에 비해 한국인이 적은게 아쉽다”며 “WTO에서 전문지식과 경험을 쌓아 한국의 통상 업무를 돕는 일을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글=박현영 기자, 사진=최금복 인턴기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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