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예전에 사업팀을 꾸려나갈때에는 팀원들의 국적과 배경을 면밀히 살피고 팀을 짜는 일이 팀장으로서 굉장히 중요했다. 너무 다른 생각과 견해가 있으면 일을 진행하기가 쉽지 않다. 우즈벡 사무소로 온 이후로는 세계은행 직원들 뿐 아니라 우즈벡 주재 외교단들, 그리고 주요국 수도에 있는 경제, 외교담당 기관들과 우즈벡 정부 관료들과 접하는 시간이 무척 많아지게 되면서 이런 점들에 더욱 민감해 진다. 소위 Multilateralism이라는 존재의 민낯을 보고 있는 것 같다.

결국 한국에서 태어나서 자란 나도 역시 이 다양함이란 퍼즐의 한 조각일 것이다. 아직도 나를 만나면 한국인과 처음 일해본다는 직원들이 종종 있다. 또 나의 사고방식과 의사 결정방식에 낮설어 하기도 한다. 반대로 나 또한 15년 이상 국제기구에 몸 담고 있지만 아직도 낮설고 가끔은 동의하기 힘든 결정과 행태를 만나곤 한다. 그래도 조금씩 조금씩 나의 행동과 말, 그리고 생각의 틀과 결정의 방식들이 가다듬어져 가는 것을 느끼고 있다.

최근 꽤 많은 한국의 젊은이들이 국제기구에 관심이 있는 것 같다. 어떻게 찾았는지 내게도 종종 연락을 하며 조언을 구하는 분들이 많다. 이 전공이 좋은지, 저 경험이 유용한지 물어온다. 물론 특정 전공이 좀 더 유리하고, 특정 경험들이 이력서를 좀 더 매력있게 보이게 할 수 있지만 그 보다 훨씬 본질적인 답은 이처럼 다양한 삶의 모습들에 적응할 수 있는지, 더 나아가 이러한 일들을 즐기며 일년에 삼분의 일이 넘게 비행기를 타며 세계를 다닐 수 있는지에 대한 답이다.

다른 한편으로 오늘날 한국 교육과 사회는 이런 인재들을 길러내고 있는가? 아직도 국제사회에 어렵게 입문한 한국인들이 맨땅에 헤딩하는 기분으로, 마치 어색한 옷을 억지로 입으며 힘겨워 하는 긴 시간들을 경험하고 있지는 않은가? 다양성에 대한 인정과 존중, 나의 주장을 효과적으로 하면서도 외골수로 보이지 않는 세련됨, 또 한국이라는 작고 먼 나라에서 왔지만 기 죽지 않고 당당히 국제기구의 리더로 자라나갈 수 있는 잠재력과 내공을 한국교육이 제공하고 있는가? 한국에서만 통하는 교육과 인재가 아니라 국제 무대에서의 그 어떤 나라 젊은이들과 겨루어도 기죽지 않을 인재를 만들어 내는 교육과 사회가 절실하다.